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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화’, 거룩한 욕망인가 실존적 허위인가, - 최종원 교수 |
낙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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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연수가 깊어지면 ‘하나님의 열심’에 이끌려 더 성화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구원 받은 자가 추구할 지고의 가치가 성화와 거룩의 자리라고 설교단에서 줄곧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개월간 한때 어른으로 불리던 목회자들의 역사인식을 보면서, 또 수십 년간 열정적으로 헌신하며 성화를 얘기하던 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리스도인의 성화라는 표현에 대해 실존적 물음표가 던져진다.
신앙의 연륜이 깊어지면서 성화된 이가 실제 존재하는가? 어른이라고 불릴 사표가 있는가? 그런 분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걸로 위안 삼기에는 마주한 현실이 너무 처참하다.
성화, 거룩을 앞세웠던 이들이 오늘 여과 없이 내뱉는 목소리 앞에 우리가 붙잡았던 신앙의 지향점을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네 교회는 무던히도 신앙에서 ‘개인의 성화’를 중요한 가치로 강조해 왔다. 그런 메시지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고, 체화되어 있다. 그래서 젊은 시절 그 분들의 설교에서 은혜를 받았었으며, 참 좋았던 분들이 변해서 안타깝다는 얘기들을 종종 듣는다.
실은 그 메시지는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성화의 지향과 목적이 아쉬운 것이었다. 그리스도인의 거룩과 성화를 얘기하던 그 목소리는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의 문제, 땅의 문제에 무관심해 지고, 신앙이 자기 완성을 향한 걸음이 되게 만든 것이다. 우리는 성화와 거룩의 이름으로 하늘 보좌를 움직이는 ‘능력’만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당면한 이 땅의 문제 앞에 기도가 우선이라고 배웠다. 그것이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기도를 강조하며 성화와 거룩을 앞세웠던 목회자들이 누구보다 거칠고, 세속적이며, 반사회적인 민낯을 보이고 있다.
교회는 거룩한 사람들을 키워낸다고 애썼지만, 성화에 대한 우리의 강박 같은 수고를 사회는 위선이라고 했다. 그 말을 곧이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그리스도인이 거룩을 키워가야 할 자리는 교회당이 아니라,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이었어야 했음을.
돌아보니 그렇다. 진짜 거룩한 이들은 누구인가?
설교단에서 거룩을 외치던 이들이 아니라,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가난한 자들과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하며, 철거민들과 함께 하며, 거리에 섰던, 성직자 답지 못하다고 비난 받던 이들이 아닌가? 이 세상에 초연한 것이 성화된 자의 삶인 양 가르친 그 허위의 대가를 오늘 우리는 아주 값비싸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괜찮은 이들이 변했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다.
그것이 신앙이라고, 그것이 거룩이라고, 그것이 영성이라고, 그것이 제자도라고 동조해 온 우리의 위선이 그대로 우리에게 되돌아온 것이다. 사회 의식이 결여된 채 타계적 성화를 추구하느라 정작 세상을 읽지 못했다. 교회가 시민 의식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시민 의식에 대한 소양이 없는 목회자들의 뻘소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성희롱 문제에 대해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에서 나온 발언을 보라. 그런 속에서 올바른 성경해석과 원어에 천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문제 의식 있는 개인이야 존재하겠지만, 그 집단 에토스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자기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거룩를 지향한다고 생각할 터이니 말이다.
그들의 행위는 아쉽지만 메시지는 맞다는 것은 전광훈의 표현은 과격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맞다고 우기는 것과 하등 차이가 없다.
시민 의식을 고민하는 시민 종교를 만들지 않고는 신본주의라는 허울에 빠져 반사회적인 행태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거룩한 하나님 나라는 이 땅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성화라는 실존적 허위를 넘어, 이 땅에 발을 디딘 시민 종교를 더욱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 적절한 지적이다. 뼈때리는 지적이다.
인문학적 교양과 상식이 결여된 수많은 이들이 자기 왕국을 건설하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 세운다. 추종자들의 이성과 지성을 마비 시킨다.
진정한 신본주의는 상식과 시민의식이 존중된다. 상식이 빠진 시민의식이 실종된 신본주의는 가짜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데올로기적 믿음이지 성경적 신앙과는 거리가 멀다.
성도들에게 세상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게 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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