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p) 대략 100년 이래로 하나님의 나라 대신에 '하나님의 주권'이 널리 사용되었다. 이것은 더 역동적인 어감을 갖게 한다. 하나님은 통치하는 자이기 때문에 주이다. 그리고 그가 통치하는 모든 곳은 그의 나라이다. 그럴듯하지만 썩 좋진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너무나 많은 형태의 '권력 장악' 아래 신음했기에, '하나님의 주권'을 열망하는 일에 조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다른 통치와 비교할 때, 하나님은 도대체 어떻게 통치하는지 그리고 그의 충직한 남녀 종인 우리가 뭔가 할 말이 있지 않은지를 사람들은 알고 싶어 한다.
15p) 예수는 오래되거나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개념을 결코 전해주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친히 가져왔다.
17p) 회개라는 단어는 우리의 언어사에서 그 의미가 너무나 많이 변해 버렸기 때문에, 예수가 말한 내용을 번역하기에 아주 쓸모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회개'를 일종의 처벌이나 보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 이 비유들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하나님이 잃었던 자신의 피조물들을 다시 찾은 일로 기뻐하는 것이다. 그리고 '죄인들이 행하는 회개'가 무엇인가? 그것은 '발견됨'과 멀리 떠난 상태에서 '집으로 되돌아옴', '다시 살아남'과 하나님의 기쁨에 참여함이다. ... 바로 그 곳에서는 '하나님의 나라'는 낯선 통치가 아니라 생명의 샘이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더 이상 아무런 억압이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가 마음껏 뻗어나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이처럼 경험한다면, 우리 생명의 가능성의 충만함을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22p) 내쫓기고 배척당한 사람들은 자존심에 깊은 손상을 받는다. 우리는 '마지막 쓰레기'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판단을 받는 자는 자기 자신을 멸시하고 미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희망을 걸고 있기에 조건 없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자를 발견하는 사람은 격려받고 있음을 느끼고, 구원받은 것처럼 느낀다. 멸시받는 사람들을 환영하는 것은 예수가 '죄인과 세리'에게 가져다주는 사회적 치유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억압받고 천대받는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와서, 자기멸시의 정신적 감옥을 열어준다.
... 부의 소유가 가난한 자를 '가난하게' 만들 듯이, '선의 소유'가 악인들을 악하게 만든다. 예수가 '죄인들을 환영하고 그들과 함께 음식까지 나누었다'면 그는 선한 사람들의 눈에 스스로 죄인이 되었든지, 아니면 사회의 가치기준을 온통 혼란시킨 혁명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죄인들을 '의롭게 함으로써' 선한 자들과 의로운 자들도 구원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들을 자기칭의로부터 건져내었기 때문이다. 죄인을 받아들이는 자는 의인도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의인을 의인으로서가 아니라 죄인으로서 받아들인다. 한사람을 구원하고 다른사람을 심판함으로써 모두가 함께 평화롭게 살도록 하는 것은 은혜의 동등한 권리이다.
27p) 질문 3. 하나님 나라는 오직 하나님만의 일인가, 아니면 인간의 일이기도 한가? 우리는 '아무것도 행할' 수 없는가, 아니면 우리도 메시아적인 업적을 수행할 수 있는가?
... 하지만 이런 분리는 신약성서가 예수에 관해 말하는 모든 것을 폐기시켜 버린다. 이런 분열 안에서 예수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 그렇다면 첫 문장은 그릇된 것이다.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는 예수의 일이다."
29p) 질문 5. 하나님의 나라는 신정정치인가, 아니면 살아 계신 하나님과의 연합인가?
하나님의 나라를 '하나님의 통치'로 번역하면, '신정정치'라는 의미가 강하게 투영된다. 그러나 '예수의 일'은 모든 피조물이 창조주의 교제 안에서 소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나라, 이것은 더이상 억압이 존재하지 않는 큰 영역이다. 만약 하나님의 이런 자유공간이 없다면 인간의 자유도 없다. 하나님의 나라, 이것은 다음과 같이 말해도 좋은 채워진 시간이요, 순단이다. "머물러 다오, 너는 참으로 예쁘구나." 이는 그분이 정말로 머물러 계시고 끝이 없는 분이기 때문이다.
30p)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를 항상 우리 생활의 첫 자리에 놓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36p) 어떻게 하나님이 그것을 허용하느냐? 그들은 하나님이 아무 일에도 신경 쓰지 않는 무감정하고 맹목적인 운명의 힘이라는 인상을 갖는다. ... 왜냐하면 그들 자신도 쉽사리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랭하고 대수롭지 않은 자세를 갖기 때문이다. "어째서 하나님은 고통을 허용하느냐?" 하는 질문은 방관자의 질문이다. 그것은 고통을 당하는 자들의 질문이 아니다.
37p) 그 지옥 속에서 일어난 나의 질문은 "어째서 하나님이 이를 허용하느냐?"가 아니라 "나의 하나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나님은 누구신가?"였다.
50p) 신론에서 무감정의 명제가 강하게 존중되면 될수록, 하나님을 그리스도의 수난과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도 그만큼 더 약해진다.
59p) 불안과 희망의 공통요소는 가능성에 대한 감수성이다. 불안 속에서 우리는 가능한 위험을 미리 취하고, 희망 속에서 가능한 구원을 미리 취한다.
60p) 그리스도교 신앙에서는 불안이 하나님으로부터 분리시키지 않고, 도리어 하나님과의 친교로 더 깊이 인도한다.
71p) 그러나 한 국가가 고문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자신의 목적을 손상시키는 일은 허용하고서도 자신의 자존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고문이라는 수단을 '거룩하게 하는' 목적은 거룩함을 박탈당하며, 더 이상 삶의 목적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니는 목적이 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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