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p) 아들이 태어난 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그 아이에게 말했 다. “너는 하나님의 아이야.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신단다. 너보다 더 위대한 존재는 하나님밖에 없어.” 내 아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멸시하는 사회에서 자라게 될 터였다. 그래서 나는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 또는 흑인에 대한 반감을 ‘한 조각’도 허용하지 않을 흑인 신앙을 아들의 “내면 깊숙이 심어주고” 싶었다.
31p) 막다른 벽에 몰린 사람들에게 예수의 종교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36p) 나사렛 예수의 가르침과 생애를 다룬 해석은 많고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중에서 예수의 가르침과 생애가 인류 역사속 막다른 벽에 몰린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는지를 다루는 해석은 거의 없다.
38p) 우리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자신이 가진 것을 순전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쓰면서 이기적으로 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의 필요가 크고 심각하다는 사실에만 의지하여 그들에 대한 책임을 끈질기게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의 명예로운 모습이다. 기독교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욕구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도덕적 명령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 강조점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곤경에 처해 우리가 지키고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부담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을 일말의 경멸도 없이 대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교만과 오만의 죄는 선교의 욕구를 해치고 그것을 독선의 도구와 인종적 우월감의 도구로 변질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52p) 영민한 그들은 모든 혁명가와 급진주의자들에게 굳건히 맞서는 것이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급진주의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불가피한 상황에 저항하도록 자극할 뿐이고, 그러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 것이었다.
58p) 나는 기독교의 구원 교리에 대한 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해석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 모든 곳의 불우한 사람들은 이런 유형의 구원이 그들을 위로할 길조차 없는 절망에 빠뜨린 결정적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는 일체의 소망을 버린 지 오래 되었다.
58p) 예수의 정신이 나타나는 곳마다 억압받는 사람들이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예수는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자취를 추적하는 지옥의 세 마리 사냥개인 두려움, 위선, 증오가 그들을 지배하게 둘 필요가 없다는 좋은 소식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62p) 그는 동료들보다 운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부정해야 했을까? 민족을 배신했다는 자괴감과 깊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권리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는 소수집단에 속하면서도 다수집단의 특권을 가진 사람이었다. ... 바울이 자신의 특권을 사용한 사례가 기록상 한 번뿐인 것은 그의 삶을 지배한 예수 그리스도의 놀라운 능력 덕분이다.
65p) 극도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살았던 예수는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정을 확립할수 있는 다른 근거를 찾아야 했다. 그는 자신이 꿈꾸던 종교적 이상을 당시의 질서 안에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 질서에 깊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 하나의 꿈을 쏘아 올렸다. 그 꿈의 논리를 따라가면 모든 사람이 각자에게 꼭 필요한 보호막을 얻게 될 것이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자리가 있을 것이고, 누구도 형제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눅 17:21),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셨음이라]”(눅 4:18). 그가 세운 삶의 기본 방침들은 동포의 절망을 꿰뚫어 보고 그것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폭로한다.
72p) 따라서 두려움은 억압받는 사람들이 완전한 신경쇠약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된다.
78p) 그렇다면 약자를 위한 안전장치, 일종의 보호 기제로 작용했던 이 두려움이 결국 자아를 죽인다는 것은 분명 하다. 구원하는 힘이 사형 집행자가 된다.
79p) 권리를 빼앗긴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값진 것을 예수의 종교에서 찾을수 있는가? 이 대목에서 권리를 빼앗긴 이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예수의 종교가 무엇을 말하는지 살피는 것은 완전히 요점을 벗어난 일이다. 그것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만 나열하는 것과 같다.
83p) 하나님이 개인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생각은 두려움이라는 질병을 다루는 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세상에서 사회적 약자는 정신과 내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들인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에 끊임없이 부정적인 대답을 하게 된다.
89p) “나는 예외일지도 모른다”는 개념은 참으로 흥미롭다. 이 개념에는 상당한 환상과 자기기만이 내포되어 있지만, 운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절박하게 시도해 볼 수밖에 없는 절박한 사람들에게 거듭거듭 도움이 되었다.
95p) 기만은 약자가 강자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구사해 온 가장 오래된 기술일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인간의 모든 지각 활동의 단계에서 약자는 강자를 속여 살아남았다.
113p) 인간관계에서의 진실은 하나님에 대한 진실과 동등하고 같다는 것이다. ...사람 간의 관계와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는 하나라는 엄중한 사실에 이르게 된다.
113p)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주요 방어기제가 하나 제거되었다. 예수는 위선 대신에 무엇을 제시하는가? 무엇으로 위선을 대체하는가? 바로 진실이다.
113p) 지배 아래 있는 사람들이 지배층의 우월적 지위를 암묵적 혹은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지위는 무너지고 만다. 피지배 집단이 지배 집단을 대할 때 드러내는 위선은 약자들이 바치는 공물이다.
119p) 남부의 백인이 "나는 흑인을 이해한다"고 말할 때, 그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백인이 설정한 경계 안에서 흑인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해하는 흑인은 오직 그의 머리 안에서만 존재한다.
129p)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증오의 모든 긍정적인 심리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증오는 결국 증오하는 사람의 삶의 핵심을 파괴한다. 증오가 하얗게 타오르며 지속되는 동안에는 그것의 효과가 긍정적이고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 증오는 재로 변한다. 증오는 사람을 동료로부터 확실하게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증오에 빠진 사람은 가치있는 어떤 것도 보지 못하게 된다.
131p) 예수는 생명을 긍정했는데, 증오는 생명에 대한 거대한 부정이었다.
148p) 특권층도 사람이고 불우한 계층도 사람이라는 사실, 흑인도 사람이고 백인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서로가 발견하면, 그 사실을 모든 이들에게 적용하려는 자연스러운 갈망이 생기고 그것을 실행할 기법을 고민하게 된다. 불우한 사람은 한 개인을 알아가는 방식으로 많은 사람을 알 수없는 반면, 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갈등을 심화시킨다. 당장 적용하여 가장 가벼운 관계에서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법이 있을까? 그것은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 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57p) 그렇다면 막다른 벽에 몰린 사람들에게 예수의 종교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들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가능한 한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두려움, 기만, 증오를 각각 있는 그대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그것들을 파괴하는 법, 그것들의 지배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위대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삶의 모순이 궁극적인 것이 아니라는 게 점차 더 분명해질 것이다. 권리를 빼앗긴 이들은 세상을 극복하는 데 헌신하는 영(靈)이 사람들의 삶과 마음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 다. 그 영은 인간의 나이, 인종, 문화, 조건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 존재다. 특권층이든 불우한 계층이든, 개인이 그 영에 의지하여 헌신하고 훈련하기만 한다면 현재의 혼돈 속에서도 하나님의 자녀의 고귀한 운명을 제대로 구현하며 살아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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