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p) 문화적 금기가 아무런 쓸모도 없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완전한 자율성, 즉 '모든 개인 욕망의 자율성'을 전제하고 있는 가장 엄격한 개인주의에 동의해야만 할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은 날 때부터 이웃의 것을 '욕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22p)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것에 속하는 모든 것'을 욕망하는데, 그는 바로 우리 이웃이다.
24p) 우리는 보들레르가 말하는 '무한한 사물들로의 확장'을 행하는 욕망에 기뻐하지만, 이 무한한 것이 사실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다. 이것이 감추고 있는 것은 곧 이웃에 대한 숭배인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에 대한 숭배와 연결되어 있다. ... 우리의 이런 이중적인 숭배에서 복잡하게 뒤얽힌 갈등이 나오고, 또 이 갈등은 인간 폭력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찬양하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쓸수록, 즉 우리 자신을 '개인주의자'로 여길수록, 우리는 더욱더 우리 이웃을 찬양하게 되는데, 이 찬양은 곧 증오로 바뀌게 된다. "너희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라는 [레위기]의 유명한 구절이 모든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즉 이웃을 너보다, '더 사랑하지도, 덜 사랑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26p) 이토록 차이에 대한 찬양이 많아진 이유는 실제로 차이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6p) 예수가 우리에게 자신을 모방하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그의 나르시시즘 때문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모방 경쟁을 피하게 하려는 생각에서였다.
27p) 예수가 우리에게 모방하라고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자신의 '욕망'이다. ... 예수의 욕망을 모방하라고 권하는 것은 하나의 모순처럼 보일수도 있다. 왜냐하면 예수는 자신의 욕망, '자신에게 속한' 욕망을 가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자기 자신이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완전한 하나님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를 모방하는 데에 온 힘을 바친다. 우리에게 그를 모방하라고 권하는 것은 결국 그의 모방을 모방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28p) 폭력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열번째 계명처럼 대상물이나 경쟁적인 욕망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모방의 경쟁 상태로 이끌지 않고 경쟁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28p)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흔히 기독교로 개종을 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자율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 다시 말해서, 예수를 모방하는 순간 우리는 그동안의 자율성에 대한 염원이 우리로 하여금 어떤 존재에게 무릎을 꿇게 하였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