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십자가 처형 - 마르틴 헹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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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p) 이와는 달리 바울은 자신이 세웠던 공동체에게 십자가에 달리신 메시아에 관한 자신의 가르침이 유대인에게는 종교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것"이자 헬라인에게는 "미친 것"을 의미한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데, 이 바울의 고백 속에는 무엇보다도 가장 위대한 기독교 선교사가 가졌던 20여 년간의 경험이 녹아있다. 곧, 수치스러운 기둥 위에서 범죄자로 죽임을 당한 주 예수의 메시지에는 흔히 모진 조롱과 배척이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64p) 소크라테스는 "비참한 두 인생들 중 한쪽이 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두 상황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을 잘못된 것으로서 거부했다. 물론 폭군의 권세를 가진 사람이 고문 아래에서 죽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인생이라고 거듭 말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 이러한 대답은 그의 적대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샀다.
플라톤은 이 주제를 무죄한 자의 고통에 관한 유명한 예시를 들면서 다시 거론하였지만, 이제는 그것을 반대방식으로 적용하여 자신의 논증에 예언적 긴박감을 더해주엇다. [이 책의 등장인물인] 글라우콘은 완전히 정의롭지 못한 사람과 완전히 정의로운 사람을 비교한다. 정의롭지 못한 자는 교활함과 양심 없음을 통해 권력과 부를 얻고, 그것으로 가장 의로운 척 한다. 반면 완전히 정의로운 자는 정의롭지 못한 자로 보이게 되고 그렇게 취급을 받아 결국 -글라우스콘은 여기에서 자신의 대담하고도 실제적인 언어에 대하여 양해를 구한다- 고문을 당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다.

정의로운 자는 채찍질을 당하고 고문을 받으며 차꼬를 채운 채 두 눈이 멀게 되어, 결국 극도의 고통을 받은 후에 말뚝에 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정의로울 필요가 없으며 정의롭게 보이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플라톤은 분명히 가장 정의로운 자의 실례로서 당대 시민들의 평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소크라테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인도적인' 사형과는 대조적으로, 아테네 시민들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극도로 야만적인 방식으로 정의로운 자가 죽게 될 것을 마음에 그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언급했던 정의로운 자의 십자가 처형에 관한 주제를 처음으로 신중하게 다시 꺼내어 든 것이 기독교 작가들 - 예컨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와 {아폴로니우스의 행적}의 저자- 이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른 고대의 작가들 -루키아노스는 예외다-은 이를 암시하면서도 그들에게 거리꼈던 십자가 처형에 관한 어떠한 기록도 남겨놓지 않았다.]]

85p) 말하자면, 십자가 처형은, 어떤 때보다도 로마시대에는, 광범위하고 빈번하게 시행되었지만, 고상한 문학 세계에서는 이를 다루고자 하지 않았으며 통상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128p-131p) 우리는, 십자가형을 받을 수도 있었던 노예들과 이방인들에게 있어서 그렇게 혐오스러운 "공포"를 조장했던 십자가가 십자가에 달린 구원자의 메시지리를 가로막았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물을 수 있다. 바로 저들에게 있어서 십자가의 "공포"는 상류층 구성원들의 경우보다도 더욱 실제적이고도 개인 실존에 더욱 가까이 있는 문제였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특히 유능했던 노예들은 사회적/법적 지위를 최소한도나마 부분적으로 향상시켜주고 사회적으로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선사해주는 자유를 희망했다 ... 최고조에 달한 죽음의 고통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구원해내지 못한, 이른바 하나님의 아들은 도리어 십자가를 메고 자신을 다르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는 하류층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 어려웠다. 이 사람들은 "십자가를 지고 도심을 지나 십자가에 달리게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이를 두려워했다. 그런데 초기 기독교는 분명히 노예들의 종교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이미 바울의 때에, 무엇보다도 플리니우스와 테르툴리아누스의 때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포괄하는 종교였다.
["노예 형벌"]에 관한 이러한 기본적인 주제는 또한 빌립보서 2:6-11의 찬가를 더욱 분명하게 조명해준다. 바울이 선교 과정에서 세웠던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특히 고대 시대의 빌립보서의 독자들은 이 찬가가 낭송될 때에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라는 어구와 첫 연의 논쟁적인 결말부("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을 발견하게 된다. 십자가의 죽음이 노예들에 대한 형벌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십자가는 극도의 비천함과 수치와 고통을 상징했다. 따라서 "십자가의 죽음"은 "종(노예)의 형체를 가진 것"의 고통스러운 최후 결과를 뜻하며 찬가 시작부에 나타난 바,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 선재한 분이라는 신적 본성에 관한 묘사-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도 탁월한 찬양-와 가장 날카로운 대조를 이룬다. 노예가 당하는 죽음으로 죽은 자는 만물의 주로 찬양을 받게 되었고 신의 칭호인 '주'를 수여받게 되었다. 이 찬가의 첫 연 마지막부에 "십자가의 죽음"이라는 어구가 빠졌다면 결정적인 진술을 놓친 꼴이 될 뻔했다. ... 이렇게 "첫 번째 연의 절정이-언어와 내용 모두와 관련하여서-십자가 죽음에 대한 언급에 놓여있는 것이라면, 바울 이전의 찬가에 나타나는바, 성육신이 진정한 구원 사건이었으며 그 죽음은 단지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는 주장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이 찬가가 이미 예수의 죽음에 담긴 구원의 중요성을 확고하게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173p) 앞의 장들은 바울의 십자가 신학을 제시하기 위한 '역사적 예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여기에서, 역사적 결과들은 요약하면서 어떤 신학적인 방향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만을 단순히 내비치기만 하더라도 양해 해 주기를 바란다.

176p) 고대시대에 십자가형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반추 해 보는 것은 오늘날 신학과 설교에서 종종 간과하는 실체에 대한 중대한 상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슬 ｜ 240201
1. 고대세계에서 십자가형은 놀라우리만큼 널리 시행되었다. 십자가 처형은 "고상한 단순함과 고요한 위대함"이라는 고대의 이상적인 십자가 상과 심각하게 모순된다. 2. 십자가형은 정치적/군사적 형벌이었다. 페르시아/카르타고인들에게는 고위계층/반역자에게도,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비시민권자'-> 하층민/노예/소동자들 3. 십자가 처형 사용의 주된 이유 : 공개시행시의 범죄 억제책 합당한 대가 치룬 범죄자로 간주됨. 처형방식 포기 = 국가 권위 질서 저해하는 일 4. 원초적 복수심 만족, 통치자/대중들의 사디즘 만족 인간의 잔인/야망성 오늘날의 인민재판 등 5. 벌거벗긴 채 전시 : 범죄자의 수치를 극도로 드러냄 십자가의 거룩성과도 연결 6. 매장 비허용 : 가혹성, 수치 7. 중범죄자 혹은 하층민들에게 시행 사회법 권역 밖의 자들 : 국가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억압할 필요가 있던 집단 8. 십자가 희생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음 스토아 학파에서는 메타포-지혜자는 죽음을 통해 자유로워진다-로써만 9. 십자가 메시아의 최초기 기독교 메시지 : 고난과 죽음에 이른 자들의 고통을 하나님의 사랑과 결속 모욕/극단적 자기비하 : 고통과 희생을 위한 극한의 순종 ->윤리적 모델 이상의 것 스토아 : 십자가를 윤리/상징적 해석 하였으나 구원 위한 죽음 받아들임은 이들에게 어리석은것 10. 바울은 십자가의 민낯을 부정하지 않았다. 바울에게 십자가는 여전히 실제적/잔인한 처형도구 -> 예수의 대속죽음/피는 십자가와 분리될 수 x -> 소크라테스처럼 고상한 죽음이 아님을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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