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p) 그러나 이쪽과 저쪽 어느 한 극단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이 분명 있다. 그것을 "모순을 살아가는 삶"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리고 삶의 파고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것이 우리 삶의 중심에 있음을 인정하자. 왜 그렇게 해야 할까? 그렇게 함으로써 영적 삶이 주는 큰 선물, 즉 모순이 역설로 변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양극단은 오히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진리를 보여주는 징표가 될 수 있으며, 그 진리 안에서 삶은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63p) 논리는 합리성의 규칙에 거스르는 것은 무엇이든 진리일 가능성이 없다고 전제하지만, 이와 달리 영성은 우리의 질문이 더 깊어질수록 그런 규칙이 덜 적용된다고 본다. 영적 삶, 즉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영적 삶은 하나님의 진리가 단순한 양자택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것임을 확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양쪽 모두의 복잡성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64p) 사실 역설에 담긴 지혜는 일면 결코 역설에 다다를 수 없는 상반된 것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판단능력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날카롭게 연마함으로써 역설을 이해하게 된다.
87p) 이 시는 이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기는 법에 대해 역설적으로 조언한다. 승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승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102p) 자아를 잃어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잃어버릴 자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사람은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거짓된 자아의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105p) 우리는 모순을 살아냄으로써 소망에 다다를것이고, 소망 가운데 인생의 모순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출입구 없이 돌고 도는 이 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깨트릴 수 있을까? 언젠가 머나먼 바다에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곳으로부터 멀리 떠나 모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은혜의 파도에 삼켜져 요나와 함께, 머튼과 함께, 그리고 모든 성도와 함께 역설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운명을 향해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09p) 십자가는 인간 경험의 본질은 일관성이나 혼란스러움이 아니라 모순임을 인식하라고 요청한다.
113p) 우리의 현실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세상이 하나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고, 만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하나님은 생명을 거스르는 흐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에 맞서서 언제나 우리와 함게 우리 안에서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119p) 십자가에서 우리는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게 되는데, 이러한 환상의 죽음이 수용의 핵심이다.
120p) 그러나 다시 말하건대, 십자가는 모순의 장소다. 만일 우리가 십자가의 무력함을 온전하게 수용한다면, 십자가는 우리를 능력의 자리로 이끈다. 이는 예수님부터 마틴 루터 킹 주니어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신앙의 핵심에 들어 있는 위대한 신비, 즉 무력함이 곧 능력이라는 신비다. 이것이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가 가진 미약한 힘을 모으는 데만 사로잡혀 있는 한, 하나님의 능력이 나를 통해 흘러가는 일은 없다. 내 방식만 옳다고 고수하는 한, 하나님의 방법에 힘입어 살아갈 수 없다.
124p) 공동체 의식을 깊이 느끼게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순과 깨어짐을 나와 공유하는 사람, 그래서 나의 모순과 깨어짐도 공유하게 되는 사람이다. ... 십자가가 우리 삶의 모양임을 인정하면, 우리는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사이에 공동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125p) 모순을 보고도 웃음 지을 때, 비극과 희극이 항상 공존한다는 것을 이해할 때, 그 때 우리는 우리 삶이 엇갈릴 뿐 아니라 이중으로 엇갈려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137p) 그러나 우리는 공동체에서 살아갈수록 그런 것들이 단순한 모순이나 딜레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역설적이게도 양극단 모두 진실이었다. 그 양극단에서 어느 하나만을 취하면 우리의 진정한 바람은 채워지지 읺는다. 창조적인 긴장 속에서 양극단을 붙들고 있을 때, 우리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된다.
155p) 환자는 치료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할 때마다 이러한 정신적 지지가 공동체에서 값없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구매해야 할 대상임을 깨닫게 된다.
159p) 우리가 공동체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 자아가 집단의 정체성에 함몰되어 자아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자아는 다른 수많은 자아가 움직이는 교차점이며, 우리 자아와 상호작용하고 우리 자아를 풍요롭게 하는 모든 삶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내가 속한 공동체가 더 크고 풍요로울수록 나의 자아를 이루고 있는 것들도 더욱 크고 풍요롭게 된다.
160p) 우리가 개인적인 행복을 상실한 이유는 공동체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은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
224p) 그러나 오늘날 교수의 역할은 진리를 의심하고 학생들을 지식의 불확실성에 적응시키는 일이다. 수많은 대학생이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그들 발아래에 있는 토대가 제거되고, 딛고 설 곳을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다. 오늘날 많은 경우, 교수들은 당신에게 "하나님께서 보장하시는 것"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226p) 위대한 교사는 우리의 환상을 그저 깨트려 흩기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발아래 있는 토대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가 딛고 설 더 깊은 토대가 있음을 삶으로 증언할 것이다.
227p) 가르침과 배움이 경험적 지식과 단절될 때,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 것을 마치 실천한 것처럼 생각하는 커다란 착각에 빠지게 된다!
230p) 역설적으로 말해서,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르침의 주인 자리를 내가 아니라 진리에 양보한다는 뜻이다.
232p) 지혜는 그것이 참되다고 사회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진리의 개념을 넘어, 우리 마음의 질문에 응답하는 성령에 열린 상태, 즉 새로운 진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를 말한다.
233p) 삶을 움직이는 능력은 우리 안에 있지만, 실은 우리 너머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능력으로, 다만 그편에 서거나 맞설 뿐이다.
239p) 우리는 '객관성'이 지식의 가장 바람직한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알고자 하는 대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주관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객관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앎이, 인격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그저 떨어져 앉아 관람하는 스포츠 같기를 바란다. / 객관성에 대한 이러한 생각 너머에는, 관계를 통한 앎은 자신이 알려지고 변화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244p) 성령은 우리가 진리의 길을 따르는 일에 우리의 자유를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라신다. 그 길은 모든 것보다 위대한 자유, 즉 죽음에서 삶으로 인도하는 자유의 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길을 거부하고, 살아도 죽은 것처럼 우리 자신을 속박한다고 해도 성령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어서 우리에게 어둠에서 빛 가운데로 나오라고 말씀하신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도 이와 같아야 한다. 학생이 교사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거절한다고 해도, 참된 교사는 사랑의 마음으로 학생 한 사람의 한 사람의 본성에 있는 '더 나은 모습'을 지치지 않고 일깨워주는 사람이다.
247p) 우리가 성령을 받아들이면 바울이 말한 것처럼 "모든 것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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