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노래를 - 여유와 설빈

낙지 씀

어두운 마음에 노래를
그리운 사람에 노래를

노래를 부르지 끝없는
노래는 한없이 불리네

버려진 것들에 노래를
지워진 일들에 노래를

노래를 부르지 수없는
노래는 덧없이 들리네

노래는 물처럼 흐르지
노래는 불처럼 태우지
노래는 꿈처럼 깨우지

외로운 날들에 노래를
서러운 밤들에 노래를

노래를 부르지 우리는
노래를 저 멀리 날리네

여기에 이곳에 노래를
저기 저 먼 곳에 노래를

노래를 부르지 이제는
노래를 잠시 멈추네

노래는 비처럼 내리지
노래는 눈처럼 쌓이지
노래는 꽃처럼 피우지


슬 ｜ 201024
잠시 우리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노래는 어쩌면 다른 요소 없이 노래 부르는 자의 목소리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인 음악형식일 것이다. 노랫말과 함께하는 곡조는 노랫말에 속한 낱말들에 발화자의 감정을 덧대어주며, 그것들은 곧 수용자에게 전달되어 그러한 낱말들이 수용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가게 만든다. 그래서 노래는 언제나 우리와 함게해왔을 것이고, 어디에나 있었을 것이며, 그 형태는 우리의 필요에따라 다르게 생성되어 다르게 다가오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래를 부름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속에서부터 차오르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그를 마주하고, 그와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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