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p) 마리아의 노래에는 유대인들의 공동체적 소망이 담겨있어요. 초기 기독교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내려 받은 전통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유대 전통에서 전해 주고 내려 받은 '메시아'의역할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앙망했던 신앙적 소녀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멘" 한 것입니다. 수동적 신앙이 아니에요. 오히려 적극적이죠. 당시 문화에서 '처녀가 애를 낳는 것'은 돌 맞아 죽을 상황이었음에도, 메시아가 오면 이 땅에서 무슨일이 벌어질지를 알기에 그 위험을 무릅쓰고 "아멘" 한 것이죠. "그 일을 이루세요! 저도 동참합니다." 그러니까 사도신경을 외울 때마다, 우리가 기억하고 새겨야 할 부분으로 예수님의 기적적 탄생보다는 '마리아의 참여적 신앙'에 방점이 찍혀야 할 겁니다.
184p) "교만이 죄인것은 맞다. 그런데 그건 남성들의 죄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의 죄는 따로 있다." 이런 말이죠. (중략) 그러나 남성 중심적 문화 안에서 여성의 죄는 교만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포기'라고 합니다. 스스로 권위를 가지고 "하나님의 형상"인 자아를 형성하면서 인류에 공헌할 콘텐츠, 전통이 되어 흘러갈 유산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성은 그걸 만들어 내지 않고 자기를 포기했다는 거죠. 아무리 시스템의 문제였다고 해도 그건 죄라는 겁니다. 슬로브핫의 다섯 딸들처럼, 드보라처럼 용감하게 일어서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골드스테인은 '교만'이 남자들의 죄라면, '자기 포기'는 여자들의 죄라고 합니다. 물론 어떤 생물학적 남자의 경우는 자기 포기가, 어떤 생물학적 여자는 교만이 죄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가부장적 사회에서 절대적 다수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198p) 예수님의 십자가는 목표가 아니라 대가였다는 해석입니다. 십자가를 위해 태어나고 걸어간 삶이 아니라, 그가 만나고 관계했던 모든 사람에 대한 급진적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였다는 말이죠. 그건 살려 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에 하게 되는 행동이고 그 결과가 십자가였다는 거예요.
200p) 해리슨은 예수님의 십자가도 이런 마음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십자가를 지겠다고, 태어나면서부터 작정한 것이 아니라, 율법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 안타까워서요. "저렇게 하나님을 믿는 것은 자유와 해방을 가져다 줄 수 없는데, 하나님은 '아버지'인데, 아들과 딸은 자유함을 가져야 하는데..." 이런 안타까움에 그치지 않았던 언행이라는 겁니다. "저 비싸고 엄격한 속죄제 '따위'에 갇혀 조종당하지 않아도 되는데. 잘못했어도 진심으로 뉘우치면 되는데, '사랑의 하나님'에 대한 믿음만 가지면 죄 사함을 받고 구원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런 안타까움에 말하고 행동했던 예수님의 사역 때문에 종교 지도자들이 그를 제거하려 한 것이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