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감독) 단순히 소재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의 정신을 주제로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죄 지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열심히 기도하고 회개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로마서 8장 37절(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에서 죄에 대한 모든 일에도 우리가 이긴다는 것이 기독교의 정신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답변 부탁 드립니다.
감독: 잠깐 제가 심플하게 설명을 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죄는 죄 행위가 아닙니다. 원죄는 들어보셨죠? 선과 악을 구분하는 가치 판단을 하는 인간의 원죄는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것, 쉽게 말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입니다. 이 것이 왜 중요한 개념이냐면 기독교의 세계관은 기본베이스는 창조주가 있고 피조물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힘든 것은 피조물인 것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입니다. 우리의 원죄는 우리가 창조주와 대등한 입장이 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회개기도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요. 저도 최근에 알았지만 시편 115편에 똑 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우상에 관한 것입니다. (*참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여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코가 있어도 냄새 맡지 못하며 손이 있어도 만지지 못하며 발이 있어도 걷지 못하며 목구멍이 있어도 작은 소리조차내지 못하느니라 우상들을 만드는 자들과 그것을 의지하는 자들이 다 그와 같으리로다 / 시편 115장 5~8절) 아주 원초적인 답변을 드리자면 지민이나 기섭 등은 강요섭 목사를 자신의 우상으로 자신의 욕구를 대변하는 존재로 삼아왔죠. 그것이 왜 죄가 되냐면, 하나님의 우리는 피조물인데 직접적으로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벗어나고 싶어서, 우상을 속되게 말해 바지사장으로 내 놓는 거예요. 교회나 목회자나 원래의 목표는 자기가 원해서 되는게 아니라, 기섭의 필요에 의해서 혹은 지민의 필요에 의해서 우상화 시키는 대상으로 썼다는 것이 있고. 두 번째는 죄에 관한 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는 피조물에서 벗어나려는 욕망, 우리의 본성 자체입니다. 어떤 죄 행위가 아닙니다. 그 욕망과 본질적 죄성은 우리의 약점을 통해 드러납니다. 강요섭 목사를 비롯 모든 사람들이 각각 저마다 처한 상황들에서 자신들의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을 통해서 어떤 죄성이 드러나요. 그것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다 똑같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인지하고 우리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보여준 영화 속 인물은 딱 2명 있어요. 강원로 목사는 혼외 자식인 강요섭 목사를 자기 아들로 인정 안해왔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고백한 적 없죠. 그리고 기섭의 고백, 극중 세상적인 패배를 맛보지만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바라보게 되는 것. 기섭이 고백하는 것은 강요섭 목사와의 싸움 때문에 기도를 하는 것이고, 스스로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그 시점에서 ‘로마서 8장 37절’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우리의 원죄, 한 사람의 죄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죄성을 갖게 된다는 개념입니다. 이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갖게 되는 죄를 하나님이 언젠가 리셋하겠다, 그 약속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것이고 언젠가 그것을 하겠다는 선언이고, 기독교인은 그 약속을 믿는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하나님이 있는지 의심하고 하지만 언젠가 이것을 리셋하겠다는 약속이고, 언젠가 이것을 이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받히실 때 다 이겼다고 승리를 이야기 하신 거예요. 세상적으로 졌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깨닫을 때, 그 순간 예수 그리스도가 이미 습득한 승리를 깨달을 때, 우리가 잘나서 승리한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는 것.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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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감독) 이 영화는 기독교 내에서도 세상에서도 환영 받지 못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교회 내에서는 어떤 목사님 스캔들이 생각나고 세상, 기독교 교리를 모르는 분들은 마지막 전도사의 참회의 기도를 얼마나 이해할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어려운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은 어떤 소명을 느끼신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강요섭 목사는 연기하신 배우도 말씀하신 것과 같이 끝까지 회개하지 않았지만, <로마서 8:37> 제목으로 보아 그러한 강목사조차 회개할 수 있다고 열어 두신 건가요?
감독: 사명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음이 너무 무겁고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 했습니다. 이 작품이 ‘어떤 결과나 나서 내가 어떤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하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사명이란 건 정말 무서운 이야기예요. 왜냐면 자신의 욕망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거거든요. 교회나 사회나 정말 그런 사람 많죠. 자기가 자기의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라, 교회의 일이라고 생각 하는게 정말 무서운 거예요. 교회에서 분쟁이 있을 때 양쪽의 성향이 다 비슷해요. 싸우는 사람들이 닮아가고요. 그런 것을 취재하면서 정신적으로 어려웠어요. 강요섭 목사 같은 분이 회개하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고, 제가 제시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싸워온 어떤 사람들, 꼭 이 교회이 부조리 문제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에서 정의를 위해서 사명이라 믿고 싸워온 분들이 결국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 오는지 본 것 같아요. 근데 기독교인으로 그것은 세상적인 승리와 상관없이 우리는 결국 해야할 일을 해야하는 것이고. 목소리 내야 할 순간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 엔딩을 가지고 5년 고민 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로마서 8:37>은 그냥 사회 고발성 영화가 될 수 있었죠. 그런 목적과 취지의 영화가 아니기때문에,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인지하고 싶었고 싸우는 상황 속에서 드러난 개인의 연약함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래 싸우다 보면, 내가 싸우는 대상을 뛰어넘어 자기 성찰의 단계에 도달하는 분들도 있죠. 개개인들이 여러 일들을 겪고 나서 조금 더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분들이 있고, 안 그런 분들도 있습니다. 기섭이란 주인공은 그 단계에서 끝났고, 기독교인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를 인정하는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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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감독) 동생 ‘현민’과 아내가 왜 강요섭 목사를 위해 기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그 사람들이 그 목사를 옹호하고 왜 구원을 비는 것일까요?
감독: 교회 안의 상징과 은유가 들어가 있습니다. 성경에서 죄와 회복의 개념은 굉장히 공동체적으로 다뤄집니다. 어떤 인물이 저지른 죄를 대대손손 이어받는 것은 굉장히 성경적인 매커니즘입니다. 즉 죄를 다루는 것도 회복시키는 것도 공동체 안의 개념인데, 이게 사실은 세상적인 교회 안의 관점에서는 전혀 납득이 안돼요. 쉽게 말하면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먹은 선악과 때문에 왜 내가 징벌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성경이 가진 기본 매커니즘이에요.
한국 사회는 근대화 과정에서 국민 스스로 선택을 못했기 때문에, 이식된 전체주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성찰과 성장을 터부시하는 것을 만들었어요.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자기 부정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데, 한국 사회의 특이한 조직 문화 때문에 그것을 회복시키려 하지 않아요. 저 또한 한국 교회에 속해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고, 그 고통이 남의 고통이 아니에요, 그 고통을 남의 고통으로 느끼기 때문에 피해자가 본인 딸인데도 유학을 보내는 거죠. 강요섭 목사는 동생을 남처럼 대합니다. 그런데 동생에게 형은 남이 아니고, 강요섭 목사의 고통을 동생이 받는 거예요. 그것이 기독교적인 것입니다. 그 고통을 공동체가 짊어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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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감독)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의 목회자나 성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감독: 기독교인으로서 우리의 죄를 바라보고 인식하면 인식할수록 값있어 집니다. 우리의 죄,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외면하게 되면 은혜는 기독교인들에게 특권이 돼요. 은혜라는 용어를 교회에서 정말 잘 쓰는게 내 마음대로 이 세상이 되고 싶고, 이 세상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고, 내 뜻대로 되고 싶어, 정말 내 뜻대로 되었어, 이러한 생각을 하나님 은혜라고 표현하는게 정말 많아요. 근데 우리가 우리의 죄,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진지하게 성찰을 하면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럴 수 없을 때 한국교회는 훨씬 더 강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한국 사회에서 40년 넘게 살았는데 아직 적응이 잘 안돼요. 한국 사회는 왜 변하지 못 할까. 제가 겪은 이유는 하나인 것 같아요. 인간이 비겁해서인 것 같아요. 인간이 비겁한 것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도 비겁한 상황에서 비겁하리라 생각을 하는데, 문제는 위선의 단계까지는 가면 안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선이 아닌데 선이라고 말하는 건 정말 안될 것 같아요. 한국교회의 현재 모습은 자신을 보호하는 로직이 발전해가고 있고 그것이 한국교회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세상적인 행동으로 비난 받겠죠. 우리의 현재 모습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성도들 하나하나가 개인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개인이 강해지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에 속하고, 조직이 무너지면 개인이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기득권은 이것을 이용해서 존재하거든요.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신앙인들이 한 명 한 명 강해지기 위해, 우리의 시작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인식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로마서 8:37> 언론시사회, 신연식 감독 “3대째 모태신앙 기독교인으로, <로마서 8:37>은 노골적인 기독교 영화이다.”|작성자 cinema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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