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p) 절망이란 자기 자신을 삼켜 버리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삼켜 버리려는 열정뿐이지 자기 자신을 삼켜 버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이 무력성 안에서 자기 자신을 삼켜 버리고자 하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서도 절망은 자기를 삼켜 버릴 수 없다.
이 새로운 무력성이 절망을 더욱 깊게 한다. 그것은 절망에 있어서 작열의 첨단이며 싸늘한 불꽃이다. 이리하여 절망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삼켜 버리려 다함이 없는 무력성의 뾰족한 끝으로 자기 속에 점점 더 깊은 절망의 구멍을 뚫어 가는 것이다.
...
절망한 사람은 무언가에 대하여 절망한다. 한순간 그렇게 보인다. 그렇지만 그것은 지극히 순간일 뿐이다. 바로 그 순간에 진실한 절망, 즉 절망의 진상이 나타난다. 그가 무언가에 대하여 절망하고 있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