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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경이라는 세계 - 이종태 슬 씀
이승우 추천사) 문학과 철학, 과학과 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단 하나의 주제, '경이'의 세계로 안내하는 저자의 섬세하고 친절한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문명이 삶에 대한 경이를 잃어버리고 호기심에 사로잡히게 된 사정과 연유를 알게 되고, 우리가 왜 각박한지, 공허한지, 비참한지 깨닫게 되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획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21p) 아이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얻는 것도 많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많습니다. 인생사가, 또 세상사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 얻는 것이 있으면 꼭 또 뭔가 잃어버리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52p) 이 세계 자체는 의미가 없지만 이 의미 없는 세계에서도 인간이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하고, 또 의미 있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들도 있는 반면, 루이스는 의미 있는 삶이란 다름 아니라 이 세계 안에 들어 있는 의니에 제대로 반응하는 삶이라고 보았습니다.

54p) 그런데 루이스는 현대인의 사고를 지배하는 이러한 사실·가치, 의식·실재, 정신·물질, 주체·객체 이원론이 근본적으로 탈주술화의 산물이라고 통찰합니다.

58p) 루이스는 모더니티의 인식론적 도그마인 이러한 이원론과 거기 기대어 있는 '주관주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이는 단순한 윤리적 타락을 넘어서 아예 '인간폐지'를 가져오고 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곧 지금껏 우리가 알아 온 인간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64p) 테일러에 따르면, 우리는 의미나 가치 같은 것을 그저 인간의 의식이나 정신 안에 국한되어 있는 무엇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이 세계 자체를 '의미의 소재지'로, 다시 말해 의미롭고 경이로운 장소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83p) 루이스에 따르면, 옛 자연철학이 추구했던 것은 지식·진리 자체였던 반면, 탄생 시기의 과학이 추구했던 것은 힘이었습니다.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힘 말입니다.

85p) 과거 현인들의 중심과제는 어떻게 영혼을 실재에 순응시키느냐는 것이었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예가 바로 지식, 자기 훈련, 덕 같은 것이었습니다.

96p) 다시 말해, 경이는 단순한 미적 체험이 아니라 존재론적 함의를 가진 체험이었습니다. 키츠에게 경이는 '우리가 다 알아 버릴 수 없는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이었습니다.

108p) 호기심은 그냥 모르니까 알고 싶은 것이며, 아울러 그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까닭은 그것을 정복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것을, 그 대상을 파악하고 장악해서 마스터, 곧 지배하고 싶어서입니다.

109p) 그러나 호기심은 신비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호기심은 신비를 풀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신비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풀릴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애당초 신비가 아니라 퍼즐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111p) 인간이 모르는 것은 하나도 없게 된 세상, 그런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무엇보다 노래가 불리지 않는 세상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래한다는 것은 무언가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22p) 햇빛 그림은 진짜 햇빛이 비치기에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보이는 세계의 일부이며, 그렇게 진짜 햇빛에 참여, 곧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우리가 햇빛 그림을 본다는 것은 진짜 햇빛의 빛 안에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성사적 세계관이란, 세례나 성찬례 같은 성사에서 물이나 빵이나 포도주가 그렇듯이, 지상의 실재들은 천상의 실재들을 가리켜 주고, 또 그 초월적 실재들에 참여하고 있는 거룩한 표징들이라는, 그런 세계관을 말합니다.

132p)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신을 모든 존재자들의 존재의 바탕이 되는 존재로, 다시 말해 존재 자체인 존재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모든 존재자들 중 최고 능력을 가진 존재자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면, 신도 아무튼 하나의 존재자이기에 다른 존재자들과 경쟁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135p) 별이 정말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의 재료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 별의 노래를 듣는 사람입니다.

135p) 하지만 별 신이란 없으며, 별은 가스 덩어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는 어떻게, 과연, 그 음악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요? 루이스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건, 우리가 '아슬란의 노랫소리'를 들을 때 가능하다.

139p) 맥도날드에게 있어서, 창조란 신의 "사랑의 범람"overflow 이었습니다. 창조란 신 안에 가득했던 사랑이 신 밖으로 흘러 넘쳐난 것이었습니다. 신은 무로부터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부터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었습니다.

144p) 루이스는 우리는 "기독교의 마법적 요소가 지닌 가치를" 알아봐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마법적 요소는 '천상 영역', 곧 하늘은 "자연계의 우주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객관적인 사실들의 영역"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선험적으로 구성되거나. "격률, 이상, 가치" 등으로 용해되어 버릴 수 없는, 단단한 사실들의 세계입니다.

167p) 저는 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렇게 거대한 춤판이 벌어지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신의 본질이 계시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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