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p) 벌겋게 녹슬었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잃어버렸던 열쇠를 꽂은 것처럼.
28p) 누리가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천장을 덮은 곰팡이 자국이 랜턴 불빛에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30p) 그와 동시에 비발디도 무대를 떠났다.
79p) "죽을 운명이면 죽으면 된다. 살 운명이면 물통 없이도 산다."
"하지만 생명으로부터 물을 빼앗는 건 신중해야 돼. 우리와 같은 신의 피조물이니까."
99p) "잘 들어라, 누리야. 너의 운명은 부치하난과 연결되어 있단다. 너에겐 운명을 지키는 강한 힘이 있고 타인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자애로움이 있단다. 하지만 아주 외로운 팔자야. 사악한 가운데 있는 우물처럼. 그런데 단 한명, 네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 바로 올라야."
...
"명심해라. 너희 둘을 만나게 해준 건 바람이야. 너희를 연결 해 준건 얼레지 꽃이야. 너희의 사랑을 맺어준 건 심장의 물이야. 그리고 너희 사랑을 완성해준 건 두 심장을 관통하는 창이야."
149p) 누군가 칵테일을 만든 듯 낙원상가 옥상에 레몬처럼 달이 꽂혀 있었다.
225p) 가난하고 외로웠지만 누리는 삶으로 가득 차 있었어. 리어카를 끄는 뒷모습이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였어. 그렇게 해가 뜰 때까지 빈 병을 줍던 누리는 고물상에 빈 병을 팔고는 보름달 빵 하나랑 우유를 샀어. 그리고 낙원상가 옥상으로 올라가는거야. 어젯밤 죽으려고 올라갔던 그 옥상 말이야. 그러더니 빵을 반 나눠주더라구. 그 때 저만치서 아침 해가 뜨는거야. 쟁반만 한 해가. 우리는 일출을 보면서 빵을 먹었어. 그러자 가슴 안에 정체 모를 희망이 차오르는 거야.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벅찬 감동이 몰려오는 거야. 어제는 죽으려고 올라왔던 옥상이 이제는 살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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