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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저스트 키딩 - 정용준 슬 씀
57p) 왜 한계 앞에 무너진 사람의 등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커지는 걸까. 잘하지 못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헛된 꿈을 꾸는 사람의 손은 왜 잡아주고 싶은 걸까. 왜 나는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마음으로는 그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그에게 진심을 담아 당신은 멋졌고 나는 그런 사람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58p) 한계 앞에 무너진 이들을 사랑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일삼는 사람들을 아름답다고 여기면서 정작 나는 내가 어떤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더는 갈 수 없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이건 아니다. 잘못 생각했다. 실수했다. 나는 ...... 어리석었다. 결국 실패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끔찍했다. 나는 가난했지만 가난에 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상처받으며 자랐지만 상처가 드러나는 표정으로 살지 않을 거다. 부모가 내게 물려준 것이라고는 패배감과 절망, 지저분한 본질뿐이지만 나는 보란 듯이 살 거고 심지어 잘 살거다. 자기 연민에 눈물 짜는 못난이 같은 삶은 절대로 살지 않을 거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악착같이 살았고 통증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으며 어떤 상황에도 놀라지 않은 척했다. 부러운 사람도 미운 사람도 없는,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갖길 원했다. 누구도 계약하지 않으려는 빛 없는 반지하방에 살면서도 빛 속에 선 나무처럼 의젓하게 살려고 했다.

81p) 나는 너를 끝내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해할 수 없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겠지.

165p) 빛을 마실 수 있다면, 빛을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걸 두 손에 가득 담아 슬픈 셋째의 입술에 흘려 넣어주고 아픈 첫째의 허리에 더운 열기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가증한 저 빛. 겨울의 차가운 눈과 얼음을 조금도 녹이지 못한다.

167p) 헛되이 결심하고 그 결심을 포기하는 무수한 날들. 잠들고 깨는 것 사이에 그 어떤 차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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